바이브코딩 기획: 구조 없이 시작하면 두 번 만든다

연구원이 안경 쓴 로봇의 어깨에 손을 얹고 기획을 설명하는 장면

바이브 코딩의 함정, “일단 만들자”가 위험한 이유

건물을 지을 때를 떠올려 보세요. 먼저 토목 공사로 기반을 다지고, 뼈대를 세운 다음, 벽을 쌓고 마감합니다. 순서가 바뀌면 어떻게 될까요?

막집이나 간단한 창고 정도는 기초 없이도 됩니다. 하지만 3층짜리 건물을 지으면서 “일단 벽부터 쌓고, 나중에 기둥 넣자”고 하면 중간에 무너지죠. 허물고 다시 짓는 비용이 처음부터 제대로 설계했을 때보다 훨씬 큽니다.

바이브 코딩 기획, 구조 먼저와 그때그때 건축 비교

바이브 코딩 기획도 똑같아요. 간단한 기능 하나는 “만들어줘” 한 마디로 충분합니다. 그런데 난이도 선택, 제한 시간, 점수, AI 대전까지 들어가는 순간, 구조 없이 시작하면 고치고 또 고치는 데 시간을 다 쓰게 됩니다. 결국 완성하지 못하고 포기하거나 전체 코드를 갈아엎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죠.

제가 초창기에 딱 그랬어요. 뭔가 만들고 싶은 게 생기면 AI 에이전트한테 바로 말했습니다. “이거 만들어줘.” 빠르게 뭔가 나오니까 기분이 좋죠. 그런데 기능을 하나 더 붙이면 앞에 만든 게 깨지고, 그걸 고치면 또 다른 데가 틀어지고. 결국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바이브 코딩 기획을 적용한 요즘은 다릅니다. AI와 먼저 대화하면서 큰 구조를 잡고, 그 다음에 코딩 에이전트에게 넘기거든요. 이 순서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재작업이 확 줄었어요.

바이브 코딩 기획이란, AI와 구조를 먼저 잡는 것

기획이라고 하면 거창하게 들리는데, 핵심은 간단합니다. 코딩 에이전트에게 바로 “만들어줘”라고 말하기 전에, 다른 AI와 먼저 대화를 나누는 거예요.

“이 프로그램은 어떤 구조로 돌아가야 해?” “화면은 몇 개 필요하지?” “데이터는 어디서 가져오고, 어떻게 저장하지?”

이런 질문을 AI와 주고받으면서 뼈대를 세우는 과정이 기획입니다. 개발 지식이 없어도 돼요. AI가 물으면 “이건 이렇게 했으면 좋겠어”라고 답하면 되니까요.

이렇게 잡은 구조를 정리하면 하나의 프롬프트가 됩니다. 코딩 에이전트는 이 프롬프트를 받고, 처음부터 방향이 잡힌 상태에서 코드를 짜기 시작하죠. “만들어줘” 한 마디와는 출발선이 다릅니다.

이걸 추상화 능력이라고도 해요. 거창한 개념이 아닙니다. “내가 만들 것의 큰 그림을 먼저 그려보는 연습”이에요. 이 연습을 하면 할수록 AI에게 줄 지시가 명확해지고, 결과물의 품질도 올라갑니다.

같은 15분, 다른 출발, 끝말잇기 A/B 테스트

말로만 하면 와닿지 않으니까, 직접 비교해 봤습니다. 같은 “AI 끝말잇기 게임”을 두 가지 방식으로 만들었어요. 도구는 안티그래비티, 시간은 15분으로 동일합니다.

15분 타이머 설정
A/B 테스트 동일 조건, 15분

A안, 기획하고 시작한 버전

먼저 GPT와 대화하면서 게임의 구조를 잡았습니다. 끝말잇기가 겉보기에는 단순하지만, 실제로 만들려면 따져야 할 게 꽤 있거든요. 단어 검증은 어떻게 할 건지, 난이도는 어떻게 나눌 건지, AI의 단어 선택 로직은 뭘로 할 건지.

GPT와 끝말잇기 구조 설계 대화
기획 O: GPT와 구조를 먼저 잡은 대화

이 대화에서 나온 구조를 정리해서, 에이전트용 프롬프트로 만들었습니다. 역할, 핵심 구조, 초안 범위, 게임 규칙까지 한 문서에 담았죠.

에이전트용 프롬프트 문서
기획 O: 정리된 프롬프트를 에이전트에게 전달

이 프롬프트를 안티그래비티 에이전트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시작했습니다.

B안, 바로 시작한 버전

B안은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끝말잇기 게임을 만들어줘 입력
기획 X: 이 한 줄이 전부

“끝말잇기 게임을 만들어줘.” 이 한 줄이 전부예요. 초안 완성까지 2분 30초밖에 안 걸렸습니다. A안보다 훨씬 빨랐죠. 게임 이름도 AI가 알아서 지었는데, “끄투리”라고요.

결과는 출발에서 이미 갈렸다

시작 화면만 놓고 보면, B안이 오히려 더 그럴듯합니다.

A안 난이도 선택 시작 단계
기획 O: 시작 화면
B안 끄투리 시작 단계
기획 X: 시작 화면

A안은 난이도 세 단계에 제한 시간만 표시한 심플한 화면입니다. B안은 “끄투리”라는 자체 브랜드에 AI 라이벌 캐릭터까지 갖추고 있어요. 닉네임 입력도 되고요. 여기까지만 보면 B안의 승리 같죠.

그런데 실제로 플레이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약사 사전 미등록 오류
기획 X: 15분 내내 이 문제를 고쳤지만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약사”가 사전에 없다고 뜹니다. 약사요. 누구나 아는 단어가 안 통합니다. “온도계”도 마찬가지고요. 남은 시간을 전부 이 문제 고치는 데 썼는데, 끝까지 해결이 안 됐어요.

A안의 결과를 볼까요.

A안 113턴 대결 결과
기획 O: 113턴 대결 결과
B안 1턴 대결 결과
기획 X: 1턴 대결 결과

113턴까지 이어갔습니다. AI가 워낙 잘 받아쳐서, 제가 일부러 “력”으로 끝나는 단어를 몰아서 AI를 궁지에 넣어야 겨우 끝났어요. 게임으로서 제대로 돌아가는 상태입니다.

B안은요.

총 이은 단어 1개. 최대 콤보 1. 빅토리 화면은 뜨는데, 한 턴도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같은 도구, 같은 15분. 초안은 B안이 더 빨랐고, 겉보기도 B안이 더 화려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돌아가는 건 A안뿐이었어요.

초보자가 오늘부터 쓸 수 있는 바이브 코딩 기획법

세 단계면 됩니다.

첫째, 코딩 에이전트에게 말하기 전에 ChatGPT나 Claude 같은 대화형 AI와 먼저 이야기하세요. “이런 걸 만들고 싶은데, 어떤 구조로 가야 할까?”라고 물으면 됩니다. 이 질문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서비스의 핵심 기능과 필요한 데이터의 형태를 미리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습니다. A안을 시작하기 전에 GPT와 나눈 대화가 바로 이 단계입니다. 단어 검증 방식, 난이도 구분, AI 단어 선택 로직처럼 “만들어줘” 한 줄로 전달하기 어려운 세부 사항을 미리 정리할 수 있습니다.

둘째, AI가 제안하는 구조를 읽고, 모르는 부분은 다시 물어보세요. “이게 무슨 뜻이야?”, “이건 왜 필요해?”라고요. 이 과정에서 큰 그림이 잡힙니다. 구체적인 동작 방식이나 예외 상황에 대해 꼬리를 무는 질문을 던질수록, 프로그램의 설계가 더욱 안정적으로 구축됩니다.

셋째, 대화에서 정리된 내용을 하나의 문서로 만들어서 코딩 에이전트에게 넘기세요. “만들어줘” 한 마디 대신, 방향이 잡힌 프롬프트를 주는 겁니다. 이번 A/B 테스트에서 A안이 113턴까지 안정적으로 이어진 것도, 에이전트에게 넘기기 전에 구조를 정리한 바이브 코딩 기획 단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B안은 그 한 단계 없이 “끝말잇기 게임을 만들어줘” 한 줄로 시작했고, 결과는 총 이은 단어 1개였습니다.

개발을 배울 필요 없고, 아키텍처 용어를 외울 필요도 없습니다. AI와 대화하면서 “내가 만들 것의 뼈대”를 먼저 세우는 습관, 그게 바로 바이브 코딩 기획이에요.

기획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지, AI와 구조를 잡는 대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드리는 건 다음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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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코딩 기획: 구조 없이 시작하면 두 번 만든다”에 대한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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